NXT-KRX,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조율 필요

한국거래소의 정규 거래시간을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처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국정기획운영보고를 통해 거래소 거래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한국거래소도 최근 정규 주식거래시장 연장에 대비해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규장 연장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을 위해선 증권사 및 관계기관의 시스템 개편과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며 "현재는 거래소 차원의 사전 조사 단계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 검토에 나선 배경에는 넥스트레이드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지난 6월 넥스트레이드의 일평균 거래량은 3억1068만주, 거래대금은 1조682억295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KRX)의 일평균 거래량은 15억5108만주, 거래대금은 2조1240억6500만원으로, 넥스트레이드가 거래량 기준 5분의 1 수준까지 불어났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과 동시에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40분8시)을 포함해 총 12시간 거래를 제공해, 거래소의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30분)보다 훨씬 긴 거래시간을 확보했다.
또 거래소에 비해 거래 수수료도 낮게 책정됐다. 증권사의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은 가격과 수수료를 기준으로 유리한 시장에 주문을 배분하는데, 동일한 가격 조건에서는 수수료가 낮은 넥스트레이드로 주문이 몰린다.
오는 9~10월에는 메리츠증권, 다올투자증권, DB증권, SK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등 14개 증권사가 넥스트레이드 정규시장에 합류할 예정으로, 거래량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ATS의 6개월 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 총거래량의 15%를 넘으면 거래를 중단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참여 증권사 확대와 거래대금 급증으로 넥스트레이드의 성장 저해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거래 중단을 막는 방안을 검토하며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9월 정기 평가 전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이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보면서도, 비용 부담과 투자자 피로도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IT 시스템 개편과 인력 운영 확대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거래시간이 오후 8시까지 늘어나면 종가 산정 이후 시작되는 펀드 기준가 산정 및 회계정리 작업이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져 노동자들이 과중한 근무 환경에 놓일 것"이라고 호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도 24시간 거래를 준비하는 등 글로벌 추세가 거래시간 연장으로 가고 있다"며 "NXT의 점유율 확대로 거래소도 언젠가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시간 연장 시 SOR 시스템 개선 등 준비가 필요하며, 두 시장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조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